
진도 읍내 5일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한숨 소리에는 대한민국의 팍팍한 오늘이 그대로 묻어난다. “물건 떼오는 값은 비싸졌는데, 손님들 주머니 사정을 아니까 함부로 값을 올릴 수도 없다”는 말 속에는 숫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오늘날 우리는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살인적인 고물가와, 끝을 알 수 없는 경제적 피로감이 사회 전체를 짓누르는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이러한 혹독한 경제적 겨울을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거시경제 전문가 오건영은 현재의 물가 상승과 금리 불안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이고 전 지구적인 현상임을 냉철하게 짚어낸다. 그는 요행이나 투기적 욕망에 기대기보다는, 현금 흐름을 지키고 부채를 줄이는 ‘생존을 위한 실물 경제의 기본기’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거대한 경제의 파도 앞에서는 무리한 자산 증식보다, 내 삶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실용적인 태도가 필수적이라는 통찰이다.
하지만 경제적 대비만으로는 우리의 무너진 마음을 다독일 수 없다. 상대적 박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청년과 서민들의 영혼을 잠식할 때, 법륜 스님의 ‘즉문즉답’이 던지는 화두는 묵직하다. 스님은 “괴로움은 현실 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 움켜쥔 기준과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남들과 비교하는 잣대를 내려놓고, 지금 내가 가진 것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가치에 온전히 집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산지의 농민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존중하고, 도시의 청년과 노동자들이 겪는 생활고에 공감하며,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는 연대가 필요하다. 반칙과 특권 없이 누구나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소외된 이웃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 사는 세상’의 보편적 가치야말로 이 척박한 시대를 건너는 가장 강력한 백신이다. 정책은 실용적이어야 하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철학은 다분히 인간적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