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도면으로 향하는 배편이 끊긴 궂은 날, 몸이라도 아프면 속수무책으로 섬에 갇혀야 했던 어르신들의 막막함을 우리는 오랜 시간 당연한 듯 여겨왔다. 진도군 노령인구 비율 40%. 초고령화와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진도군이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사업’을 도서 지역으로 확대한 것은 매우 반갑고 실용적인 민생 행정이다. 혈압과 혈당 수치가 바다를 건너 보건소로 실시간 전송되는 시대, 기술이 의료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기를 보급하는 것만으로 복지의 완성을 논하기엔 이르다. 보건학자 김승섭 교수는 “사회의 품격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아플 때 어떻게 대우받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인프라의 부재는 곧 약자에게 폭력이 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앱을 켜고 블루투스를 연동하는 작업은 우리에겐 일상이지만, 굽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 80대 섬마을 어르신들에겐 또 다른 ‘디지털 장벽’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타 지자체의 우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충남 서천군이나 전남 고흥군 등은 앱 조작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음성 인식 기반의 ‘AI 돌봄 스피커’와 ‘치매 예방 로봇’을 도입했다. 이 기기들은 약 먹을 시간을 말조심스럽게 알려주고, 트로트를 틀어주며 우울감을 달래준다. 특히 한밤중 급작스러운 통증에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치면 즉시 관제센터와 119로 연결되는 생명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기계가 어르신들의 고독을 쓰다듬고 응급 상황을 방어하는 ‘따뜻한 대변인’이 된 것이다.
전남대 박구용 교수는 종종 “진정한 소통과 연대는 약자의 언어와 눈높이에 우리를 맞추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진도군의 AI 건강관리사업이 진정한 ‘사람 사는 세상’의 모델로 안착하려면, 철저히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음성 대화형 AI’ 및 ‘긴급 구조 연동망’으로 진화해야 한다. 기계가 닿는 곳에 온기도 함께 닿아야 한다. 바다 건너 섬마을 독거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는 이 기술이, 단 한 명의 생명도 소외시키지 않는 든든한 사회적 방패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