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진도군 농업기술센터
봄바람이 닿는 서망항의 풍경은 예년 같지 않다. ‘끓어오르는 바다와 텅 빈 마을’이라는 본지의 뼈아픈 진단처럼, 해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은 요동치고 청년들이 떠난 자리에는 무거운 침묵이 맴돈다. 내달 열릴 진도꽃게축제의 화려한 장막 뒤에 가려진 우리네 삶의 터전은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그러나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둔 정치권의 시계는 오직 ‘권력’만을 향해 바쁘게 돌아간다. 실체 없는 명분과 권력 다툼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급기야 SNS와 단톡방에는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AI 딥페이크 가짜뉴스마저 교묘하게 스며들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논해야 할 선거판이 존재하지 않는 허상들로 오염되어 민심을 흐리는 작금의 현실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박구용 교수는 사회를 꿰뚫는 특유의 해학을 통해 “정치는 삶의 광장이어야지, 가짜 얼굴이 춤추는 유령들의 극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할 것이다. 진정한 소통과 연대는 자신의 취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용기에서 출발한다. 조작된 이미지로 대중을 호도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행태는 반칙과 특권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지금 진도에 필요한 것은 권력을 향한 맹목적인 돌진이나 정치 공학적 셈법이 아니다. 청년과 여성들이 AI를 활용해 진도만의 디저트를 개발하며 자립을 꿈꿀 수 있도록 돕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땀 흘리는 외국인 노동자와 장애인 등 소외된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실용적 민생 안정’이다. 정치가 유령들의 극장을 허물고 사람 냄새나는 투명한 광장으로 내려올 때, 비로소 진도는 텅 빈 마을의 적막을 깨고 다시 뜨거운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