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서망항의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조업을 준비하는 어민들의 거친 손마디를 보거나, 읍내 장터에서 만나는 고령의 어르신들의 팍팍한 한숨을 들을 때면 늘 행정의 실효성을 복기하게 된다.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권력이 들어설 때마다 수많은 구호와 화려한 청사진이 쏟아지지만, 정작 평범한 소외 계층의 일상이 그만큼 따뜻해졌는가에 대한 의문은 지우기 어렵다. 지난 10일 소전미술관에서 출범한 ‘민선 9기 진도군수직 인수위원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와 엄격한 감시가 교차하는 이유다.
이재각 당선인은 위촉식에서 과거 방식의 행정 탈피와 ‘군민의 삶을 기준으로 한 재설계’를 천명하며 ‘진도 대전환’을 강조했다.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무거운 과제다. 전남대 박구용 교수는 사회적 전환기를 논할 때 “진정한 개혁과 소통은 관료적 관성이 아니라,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역설했다.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지향해야 할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의 표준이라는 뜻이다.
또한 지역 소멸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진도군의 현실에서 지방 행정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마강래 교수는 지방 대전환의 조건으로 “과거의 백화점식 나열형 공약을 과감히 덜어내고, 청년과 이주민이 실제로 정착할 수 있는 정주 여건과 일자리에 자원을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수위가 앞으로 4년간의 예산과 조직을 점검할 때, 거창한 토목 중심의 보여주기식 J-르네상스가 아니라 소외된 청년, 여성, 어민들의 실용적 민생 안정을 전면에 배치해야 하는 논리적 근거가 여기에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15명의 인수위원은 당선인의 공약을 맹목적으로 포장하는 조율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 관료들의 보고서 이면에 숨겨진 민생의 실상을 꿰뚫어 보고, 과감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매서운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민선 9기 인수위의 한 달이 진도군의 미래 4년을 시민 중심의 품격 있는 도시로 바꾸는 진정한 전환점이 되기를 군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