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이 짙게 깔린 섬마을, 갑작스레 쓰러진 노부모를 업고 달릴 곳이 없다는 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공포다. 그간 진도한국병원의 야간 응급실 운영이 중단되면서 진도 군민들이 느껴야 했던 감정은, 구급차 안에서 타지인 목포나 해남까지 이어지는 1분 1초가 1년 같았을 절망감이었다. 그렇기에 4월 27일, 진도전남병원이 24시간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불을 밝힌 사건은 단순한 병원 확장이 아니라 진도 군민의 생존권을 되찾은 중대한 분기점이다.
지금 대한민국 지방의 밤은 의료 공백이라는 깊은 어둠에 잠겨 있다. 전남을 비롯한 전국의 군(郡) 단위 지자체들은 억대의 연봉을 내걸어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 문을 닫고 있다. 수익 논리에 밀려 생명을 살리는 최전선이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평생 중증 외상 환자와 사투를 벌여온 이국종 교수의 일침은 뼈아프다. 그는 “응급의료체계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이며, 거주 지역에 따라 생존 확률이 달라지는 것은 심각한 국가적 폭력”이라고 경고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진도군의 24시간 응급실 복원은 단순한 의료 인프라 확충을 넘어선다. 철학자 박구용 교수는 “사회의 품격은 공동체가 벼랑 끝에 선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도서 산간 지역,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를 위해 민관이 합심하여 불 꺼진 응급실을 다시 연 것은 지역 사회가 소외된 이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숭고한 ‘환대’이자 굳건한 ‘연대’의 상징이다.
물론 개소의 기쁨 이면에 남은 숙제도 무겁다. 힘들게 세운 응급실이 의료진의 번아웃이나 재정 적자로 인해 다시 문을 닫는 일이 없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과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반칙과 특권 없이 묵묵히 보배섬을 지켜온 서민들이, 사는 곳이 섬이라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 ‘사람 사는 세상’. 진도전남병원의 붉은 십자가 네온사인이 365일 꺼지지 않고 진도 군민의 든든한 생명줄로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