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진도레이다) 지경준 =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사료값이 또 오릅니다. 소를 키우는 게 아니라 빚을 키우는 심정입니다.” 진도군 군내면에서 축산업을 하는 한 농민의 깊은 한숨이다. 이 한숨의 발원지는 진도 앞바다가 아니다. 2026년 4월 현재,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며 펄펄 끓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남미의 곡창지대다.
오늘날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심각한 화두로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기후발(發) 식량 무기화’다. 폭염과 기상이변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자,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식량 안보를 이유로 일제히 수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바다 건너에서 벌어지는 기후 재난이 나비효과가 되어 진도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서민들의 밥상 물가를 폭등시키는 참담한 현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위기 속에서 글로벌 자본의 민낯은 잔인할 만큼 선명하다. 다국적 곡물 기업들은 가격 폭등을 틈타 사상 최대의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반면, 영세 농어민과 도시의 취약계층은 당장 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강자는 더 큰 부를 축적하고 약자는 생존의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이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우리는 왜 국가가 존재하고 정치가 필요한지 다시 묻게 된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 안유화 교수는 현재의 사태를 두고 *”글로벌 공급망은 이제 효율성의 축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제로섬 게임’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는 어떤 우방도 없습니다”*라며 냉혹한 국제 질서의 재편을 경고한다.
더욱 뼈아픈 것은 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방송인이자 환경 운동가인 타일러 라쉬는 *”이것은 예견된 청구서입니다. 기후 위기라는 자연의 경고를 무시하며 막대한 탄소를 배출해 온 강대국들의 빚을, 역설적이게도 가장 책임이 없는 농민과 소외된 이들이 온몸으로 치르고 있습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해답은 명확하다. ‘사람 사는 세상’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적 민생’과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철학이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정책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글로벌 곡물 메이저의 독점적 가격 결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도산 위기에 처한 영세 농어가를 위한 ‘사료값 안정화 기금’을 대폭 확충하고, 폭등하는 장바구니 물가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할 촘촘한 바우처 제도를 신속히 가동하는 것. 이것이 이념이나 구호가 아닌, 밥줄을 쥐고 있는 진짜 ‘실용적 민생’이다.
글로벌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해일 앞에서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사회는 야만이다. 가장 먼저 물에 잠기는 이들의 손을 굳게 맞잡아 끌어올리는 방패, 그것이 2026년의 대한민국 정부와 진도군 행정이 증명해 보여야 할 국가의 품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