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한국병원 응급실에서 들려온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뼈아픈 질문이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인간의 행복이 ‘예측 가능성’과 ‘사회적 인프라’에서 온다고 말한다. 아무리 높은 급여를 제안해도, 자녀의 교육, 문화적 갈증, 고립감이라는 심리적 비용을 상쇄하지 못한다면 의료진의 발길은 결코 지방으로 향하지 않는다.
최재천 교수가 강조하는 ‘공생’의 원리로 볼 때, 수도권이라는 거대 생태계가 지방의 자원을 흡수하기만 하고 생명 유지의 최소 단위인 의료 인프라를 방치하는 것은 생태계 전체의 공멸을 의미한다. 진도의 응급실은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진도라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법륜스님은 “병든 사람을 돌보는 것이 가장 큰 공덕”이라 했고, 유시민 작가는 “국가는 가장 약한 시민의 생명을 지킬 때 존재 이유가 있다”고 했다. 지금 진도 군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장관의 방문 기념사진이 아니다. 의사가 진도에 정착할 수 있는 파격적인 정주 여건 개선, 그리고 공공의료 인력의 강제 배치를 포함한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억강부약’은 강자의 독식을 막고 약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다. 의료 서비스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수도권으로만 쏠리는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다. 진도의 응급실이 불을 밝히지 못한다면, ‘사람 사는 세상’은 진도에서부터 지워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