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터에서 읍내로 가다보면, 항구의 역동성과는 대비되는 농어촌 마을 특유의 서늘한 정적과 마주하게 된다. 청년들이 떠나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긴 시골 마을을 지키는 것은 대부분 굽은 허리의 늙은 촌로들이다. 그중에서도 홀로 남겨진 어르신들에게 하루 세끼 식사를 챙기는 일은 단순한 귀찮음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버거운 노동이 된 지 오래다.
이러한 팍팍한 현실 속에서 진도군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120가구의 독거 어르신들에게 밑반찬을 배달했다는 소식은, 행정의 미치지 못하는 빈틈을 메우는 우리 이웃들의 숭고한 헌신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사회역학을 통해 인권의 사각지대를 조명해 온 김 모 교수는 “고립된 노년층이 겪는 영양 결핍과 외로움은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공동체의 해체가 만들어낸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나이가 들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밥상을 마주하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여성단체 회원들이 정성껏 조리한 반찬을 들고 어르신들의 문을 두드리는 행위는, 단절된 사회적 안전망을 복원하고 이들의 밥줄을 사수하는 가장 절실하고 ‘실용적인 민생 안정’ 대책이다.
여기에 인문 철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온기를 설파하는 박 모 교수의 묵직한 통찰을 덧붙여 본다. “진정한 공동체의 품격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낯설고 소외된 이웃의 밥상에 숟가락 하나를 기꺼이 얹어주는 다정한 환대에서 피어난다.” 반찬통을 건네며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묻는 4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이야말로, 반칙과 특권 없이 묵묵히 시대를 견뎌온 서민들의 존엄을 세워주는 위대한 사회적 연대다.
밥은 곧 하늘이고, 밥을 나누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다. 플라스틱 반찬통에 꾹꾹 눌러 담긴 이 다정한 연대의 마음이 모여, 보배섬 진도가 외로운 이웃 하나 없이 평등하게 따뜻한 진정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